72시간 연속 촛불문화제와 100만 국민대항쟁을 앞둔 5일 오후 4시50분께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피켓을 들고 서있는 남녀 대학생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주인공은 이세진(25·한양대 신방과4학년) 김지연씨(20·여·단국대 행정학과2학년)씨. 이들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가 넘치는 이곳에서 수입 찬성을 외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세진씨가 이곳에서 시위를 한 것은 벌써 3일째가 된다. 매일 오후 3시에 나와 밤 9시까지 광화문 한복판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교내 등록금 집회에 딱 한번 참석한 것 이외에는 집회나 시위와는 무관한 '보통' 대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촛불문화제의 수많은 시민들에 맞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촛불문화제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가 들고 나온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국민이 들고 있는 촛불은 국민이 꺼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이따금씩 한마디씩 했다. "넌 대한민국 사람 아니냐?" "미친소를 왜 먹냐 미쳤냐?"
얼굴에 침을 뱉고 간 사람도 있다고 했다.
"촛불문화제에는 순수한 애국심으로 나오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탄핵이나 한나라당 반대처럼 정치적인 구호도 들리죠. 많은 시민들의 순수한 애국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나쁜 거죠. 여기에 불만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하고 있어. 자네 같은 젊은이가 있어야 나라가 잘 되지"라며 격려해주는 시민들도 많다고 했다. 주로 낮에는 빵이나 음료수를 전해주고, "힘내라"며 성금을 보태는 시민들도 있다.
그가 언제까지 광화문에서 자리를 지킬지 궁금했다. "내일도 나오고 내일 모레도 나오고 계속 나와야죠. 조금 있으면 기말고사라 일찍 끝났으면 좋겠는데…."
사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 한명이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미선이효순이' 때문에 성조기만 봐도 화가 치밀어오른 적도 있었다.
그에게 보수와 진보처럼 이념의 잣대는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제가 바라는 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지지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침묵하지 않고 저처럼 적극적으로 분명히 의사를 표현하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그의 옆에 때아닌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여대생이 서있었다.
오늘 처음 1인 시위에 나선 김지연씨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를 보고 한마디씩 했다. 그중 예순을 훌쩍 넘었을법한 백발 노인은 "저런 X은 바퀴벌레처럼 밟아 죽여야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주위 사람들의 닫힌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미쳤다" "알바 아니야?" "밤길 조심해라".
그를 지켜보던 눈초리는 점점 매섭게 변하면서 분위기도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순간 그는 겁먹은 표정이 역력해졌다. 말 그대로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왜 이런 시위를 하는지 물어봤다.
"미국산 쇠고기는 노무현정부 이전부터 먹었고 이미 유통됐었잖아요. LA갈비도 좋다고 사람들이 많이들 찾았고, 우리 유학생들도 미국 현지에서 쇠고기 많이 먹지 않나요?"
순수한 '개인 자격'임을 강조한 김씨는 갑자기 말이 빨라졌다.
"촛불문화제는 초심(비폭력)으로 돌아가야 해요. 지금은 각종 폭력이 난무하고 차량파손에, 경찰을 폭행하기까지 하잖아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찬반의 목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거잖아요.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줘야 하지 않나요?"
이세진씨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서 광화문에 처음 나온 그는 앞으로도 시간이 되면 나와서 시위를 할 것라고 말했다. 그가 오후 3시30분부터 쉬지 않고 들고 있는 피켓에는 '불법집회 STOP'이라고 적혀 있었다.
"촛불문화제에 나온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평화적으로 시작한 촛불문화제니깐 폭력을 쓰지 않고 괴담도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일반이이 부른 we are the world 훈훈하네요^^ (0) | 2008.06.25 |
---|---|
[스크랩] "파워풀 교회" 의 예수님 (0) | 2008.06.07 |
[스크랩] 뭔가 심금을 포스터 한장 (0) | 2008.05.28 |
[스크랩] 서울신문 만평 ㅋㅋㅋ (0) | 2008.05.27 |
[스크랩] 중국판 슬램덩크 (0) | 2008.05.27 |